
줄거리
우주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눈앞에는 낯선 기계들, 끝없이 펼쳐진 우주, 그리고 함께 있던 두 명의 승무원은 이미 죽어 있다.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 홀로 거대한 우주선 안을 헤맨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라이랜드 그레이스. 원래는 중학교 과학 교사였지만, 어느 순간 인류의 생존이 걸린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인물이다.
지구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태양의 밝기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변화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심각해진다. 식량 생산은 붕괴되고, 기온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원인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 ‘아스트로파지’를 발견한다. 이 생명체는 별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증식하고 있었고, 태양 역시 그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레이스는 영웅이 아니다.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질 만큼 용감한 사람도 아니다. 그는 패배자이다. 그는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였지만,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이 아니더라도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고, 학계 권위자들과 맞붙어서 학계에서 왕따 신세가 되고 중학교 과학 교사가 된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유럽우주국의 사무관 에바 스트라트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녀는 그에게 당신의 이론이 맞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를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끌어 들이게 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인류를 구할 단서를 찾기 위해 먼 우주 '타우 세티'로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이다. 현재 태양계 주변의 모든 항성계들은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상태로, 모든 별들의 밝기가 감소하고 있었다. 그 중 유일하게 타우 세티 항성계만 밝기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레이스는 처음에는 참여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헤일메리호는 타우 세티까지 편도 여행만 가능한 양의 연료밖에 없었고, 타우 세티에서 확보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면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상황은 그를 우주로 이끈다. 타우 세티에 도착한 그레이스는 탐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존재와 만나게 된다.
외계 생명체 ‘로키’.
처음에는 두 존재 모두 서로를 경계한다. 언어도 다르고 생긴 모습도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과학과 논리를 통해 소통하고,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결말
그레이스는 로키 역시 같은 목적으로 타우 세티에 찾아왔음을 깨닫고 로키와 함께 아스트로파지를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레이스는 타우 세티 역시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된 상태였지만 밝기에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타우 세티만이 가진 아스트로파지의 비밀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그들은 포집기를 이용하여 타우 세티의 아스트로파지 샘플을 추출하고 실험하였는데 놀랍게도 타우 세티에는 아스트로파지를 잡아먹는 '포식자' 미생물이 존재했던 것이었다. 그레이스는 이 미생물에게 타우 세티와 아메바의 이름을 합쳐 '타우메바'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한 것을 기뻐하고 서로의 행성을 살리기 위해 이별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밀폐 용기에 있어야 할 타우메바가 탈출해 헤일메리호 내부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헤일메리호의 공기를 제거하고 선내를 질소로 채워 타우메바 멸균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낸다. 타우메바를 로키의 우주선 성분인 '제노나이트' 배양기를 사용해 배양했는데 타우메바들이 제노나이트의 분자 구조를 통과하는 능력을 얻게 된것. 그래서 타우메바들이 배양기 벽 내부를 통과해 탈출한 것이었는데 문제는 로키의 우주선은 선체가 모두 제노나이트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그레이스는 선택의 순간 앞에 놓인다.
지구로 돌아가면 인류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로키는 죽는다.
반대로 로키를 구하면 자신은 다시 지구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레이스는 헤일메리호의 원래 계획대로 모든 연구 자료와 타우메바 샘플을 무인 탐사선에 실어 지구를 향해 발사하고 친구를 구하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레이스는 로키의 행성에서 살아가게 된다. 인간도 아니고, 지구도 아닌 낯선 세계.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진짜 자신의 선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
영화는 거대한 폭발이나 극적인 영웅 서사가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는 인간의 선택을 보여주며 끝난다.
해석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관통하는 진짜 서사는 완벽한 천재의 우주 모험극이 아니다. 이것은 지독한 '패배자'였던 한 인간이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처절하고도 찬란한 각성기다.
그레이스는 결코 처음부터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였지만, 기존 학계의 권위자들을 비판하다가 왕따 신세를 당하고 쫓겨나 중학교 과학 교사가 된 '패배자'였다. 그가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참여하게 된 계기조차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단지 주류 학계에 복수하듯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는 비겁했다. 프로젝트 도중 동료 과학자들이 사고로 죽고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오자, 그는 인류의 운명을 뒤로한 채 참여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는 영웅적으로 자원한 것이 아니라, 마취당해 억지로 끌려온 도망자에 불과했다.
그런 그를 변화시킨 것은 '타인의 고결함'이었다. 지구의 운명을 걸고 자발적으로 목숨을 버리는 임무에 참여했던 선장 야오와 엔지니어 일류니카의 묵직한 사명감, 그리고 그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레이스의 얼어붙은 영혼에 균열을 냈다. 여기에 더해, 고향을 구하기 위해 홀로 우주로 나선 외계인 친구 '로키'의 순수한 연대가 그를 마침내 변하게 만들었다. 그레이스는 마지막 순간, 지구라는 안전한 감옥으로 도망치는 대신 연료가 부족해 굶어 죽을지언정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우주선의 핸들을 꺾는다. 비겁했던 패배자가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구하는 진짜 영웅이 된 순간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당당하게 영웅의 삶을 사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 모두는 부딪히고 깨지며 실패한다. 누군가는 실패를 통해 성장하여 영웅의 삶을 살기도 하고 때로는 무력한 패배자가 되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실패가 무섭고 패배자가 되는 것은 더 무섭다. 그래서 도전을 멈추었다. 그러니 어느새 정말로 패배자가 되어있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이든 도전하려고 노력한다. 실패하더라도 패배자가 되는 것은 더 무서우니까.
그레이스에게 목숨을 건 선원과 로키가 없었더라면 그도 패배자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것만이 영웅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억지로 끌려온 미로 같은 우주 한복판에서 마침내 나만의 위대한 선택을 내린 그레이스처럼, 우리 역시 실패의 두려움을 딛고 내일 향해 당당히 도전할 때, 우리 안의 숨겨진 영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