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프랑스 전선. 영국군은 독일군이 후퇴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규모 공격을 준비한다. 하지만 이는 독일군이 의도적으로 꾸민 함정이었다. 독일군은 일부러 전선을 비워둔 것처럼 보이게 한 뒤, 공격해 오는 영국군을 섬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만약 공격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영국군 1,600명이 목숨을 잃게 된다. 영국군은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긴급 명령서를 전달해야 하지만, 통신선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령부는 두 명의 병사,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블레이크에게는 그 부대에 소속된 친형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죽음의 땅을 향해 발을 내디딘다. 두 사람이 지나가는 길은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였다. 시체로 가득한 참호와 폐허가 된 마을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함정들과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적군.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조차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수많은 위험을 뚫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마치 한 번도 끊기지 않는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진행되며, 관객 역시 스코필드와 함께 전장을 걸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결말
임무를 수행하던 중 블레이크는 추락한 독일군 조종사를 구해주려 한다. 하지만 조종사는 갑자기 칼을 꺼내 블레이크를 찌르고, 결국 블레이크는 스코필드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친형을 구하기 위해 시작했던 임무였지만 정작 블레이크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이후 스코필드는 혼자서 임무를 이어간다.
독일군의 공격을 받고.
강물에 휩쓸리고.
밤의 폐허 속을 헤매고.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영국군 진영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미 공격 명령은 내려진 상태였다.
스코필드는 마지막 힘을 짜내 수많은 병사들이 돌격하는 전장을 가로질러 달린다.
수많은 병사들과 충돌하고 넘어지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공격을 지휘하던 매켄지 대령에게 명령서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예정되어 있던 공격은 중단된다.
1,600명의 병사들이 죽음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후 스코필드는 블레이크의 형을 찾아 동생의 마지막을 전한다.
조용히 임무를 마친 그는 나무 아래에 앉아 가족 사진을 꺼내 본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는다.
영화는 거대한 승리나 화려한 영웅담 대신, 살아남은 한 병사의 지친 얼굴을 비추며 끝을 맺는다.
해석
많은 사람들이 <1917>을 용기와 우정, 그리고 희망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틀린 해석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오히려 인간의 무력함과 전쟁의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를 느꼈다.
영화 속 블레이크는 적군인 독일군 조종사를 구하려고 한다. 전쟁 중이라면 적은 죽여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블레이크는 눈앞에서 죽어가는 한 인간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의는 배신으로 돌아오고, 결국 그는 자신이 구하려던 사람에게 목숨을 잃는다. 이 장면은 전쟁의 잔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쟁은 인간성을 지키려는 행동조차 비극으로 바꾸어 버린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고, 인간적인 선택조차 살아남기 위한 논리 앞에서 무너진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매켄지 대령 역시 인상적이다. 그는 공격 중지 명령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전쟁을 끝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격을 강행하려 한다. 그의 모습은 단순히 무능하거나 잔인한 지휘관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갇혀 버린 인간에 가깝다. 한 번 시작된 전쟁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멈출 수 없다. 누군가는 명령을 내리고, 누군가는 명령을 수행하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전쟁 자체를 끝낼 수는 없다.
스코필드는 결국 1,600명의 병사를 구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영웅적인 승리처럼 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살아남았다고 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600명을 구했지만 다른 전선에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 오늘의 승리가 내일의 평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는 한 사람의 한계를 보여준다.
영화 <1917>은 우리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얼마나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블레이크는 적군조차 구하려고 했다. 스코필드는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1,600명의 생명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은 국가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결국 인간의 생명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화로운 일상 역시 수많은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사실을 잊는다. 하루를 당연하게 여기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쟁은 그런 당연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보여준다.
어쩌면 <1917>은 전쟁 영화가 아니라 생명에 대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는 말한다.
평화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끝에 얻어진 기적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이라는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아가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