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오즈의 나라. 모든 시민들은 '서쪽 마녀' 엘파바의 죽음을 축하하며 환호한다. 모두가 그녀를 악한 마녀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익숙한 결말에서 시작해,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과연 진실이었는지를 되묻는다.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엘파바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의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한 존재라며 두려워하고, 가족조차 그녀를 사랑하기보다 부끄러워한다. 엘파바는 몸이 불편한 여동생 '네사로즈'를 학교에 데려가기 위해 쉬즈 대학을 찾는다. 그곳에서 우연히 강력한 마법 능력을 드러내게 되고, 이를 눈여겨본 총장 마담 '모리블'은 그녀를 학교에 입학시킨다.
하지만 대학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학생들은 그녀의 피부색만 보고 괴물이라며 수군거리고, 엘파바는 늘 혼자 지낸다.
반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게 된 '글린다'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인기 학생이다. 성격부터 외모까지 모든 것이 정반대였던 두 사람은 학교생활을 함께하며 서로의 내면에 숨겨진 아픔과 진심을 발견하고, 점차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 사이로 발전해 나간다.
한편 오즈에서는 동물들의 권리가 박탈당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동물 교수인 딜라몬드 박사마저 갑자기 능력을 잃고 강제로 연행되는 것을 본 엘파바는 부당함에 의구심을 품는다. 마침내 마법 실력을 인정받은 엘파바는 글린다와 함께 그토록 동경하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결말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한 엘파바와 글린다는 마법사의 거대하고 화려한 궁전에 입성하여 마법사를 대면하고, 마법사는 엘파바에게 고대 마법서인 '그리머리'를 주며 능력을 증명해 보라고 요구한다. 엘파바가 책에 적힌 주문을 읽자 마법사의 하인이었던 원숭이들에게 날개가 돋아나며 날아오르기 시작하는데, 엘파바는 이것이 마법사가 동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자신을 이용한 계략임을 깨닫는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는 아무런 마법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으며, 자신의 통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들을 공공의 적이자 차별의 대상으로 만들어 오즈의 시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사와 모리블 부인은 자신들의 비밀을 알게 된 엘파바를 붙잡으려 하지만, 엘파바는 마법서를 챙겨 글린다와 함께 궁전 꼭대기 탑으로 도망친다. 모리블 부인은 오즈 전역에 엘파바가 동물들을 괴롭히는 사악한 마녀라는 거짓 독백을 유포하며 군대를 동원해 그녀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탑 끝에 몰린 상황에서 글린다는 엘파바에게 마법사에게 복종하고 안전을 택하라고 설득하지만, 엘파바는 불의와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청소용 빗자루에 마법을 걸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지만, 대중의 사랑과 명예를 포기할 수 없었던 글린다는 결국 에메랄드 시티에 남는 것을 선택하며 두 사람은 눈물로 작별한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오르며 진정한 서쪽의 마녀로 각성하는 엘파바의 당당한 비상과, 남겨진 글린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대중 앞에 서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해석
영화 <위키드>는 사회가 규정하는 '선(Good)'과 '악(Wicked)'의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이며 통치 권력에 의해 쉽게 조작될 수 있는지를 철학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해부한다. 오즈의 마법사와 모리블 부인이 구축한 통치 체제는 대중의 공포와 혐오를 동력원으로 삼아 유지되는데, 이는 역사 속 파시즘이나 매카시즘과 같은 전체주의적 권력의 속성을 거울처럼 투영한다.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악으로 낙인찍힌 엘파바의 초록색 피부는 현대 사회의 인종과 계급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상징하는 시각적 기호이다. 반면 글린다가 집착하는 화려한 금발과 대중의 환호는 실체 없는 이미지와 허영이 어떻게 도덕적 선으로 둔갑하는지 보여주는 도구적 가치의 표상이다. 두 사람의 연대와 갈등은 외면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주체적 본질을 마주하는 실존주의적 투쟁이며,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인간의 성장 과정을 은유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엘파바와 글린다는 함께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친구였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엘파바는 권력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한다. 그러나 글린다는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선'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누군가는 글린다를 보며 실망하겠지만, 어쩌면 글린다는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간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을수도 있고, 사람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으며, 평생 쌓아온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침묵을 선택한다. 영화 <위키드>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혹시 당신도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만 믿고 있는가.
아니면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는가.
어쩌면 진실은 언제나 가장 크게 들리는 목소리 뒤가 아니라, 가장 조용히 외면당하는 사람의 편에 있을지도 모른다.